삼성전자 노동자들 임금 인상 요구, 노조 인정 요구: 조합원들은 재파업으로 사용자를 압박하고 싶어 한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7월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임금 인상, 성과급 개선, 휴가 확대 약속 이행, 노동 존중 등을 요구하며 오늘(7월 8일)부터 사흘간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첫날 오전 11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는 파업 집회가 열렸다. 호우주의보가 발령될 정도로 많은 비가 쏟아지는데도 조합원 5000명가량이 집결했다. 2030 청년 조합원들이 대열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노동자들의 기세는 드높았고 집회 내내 쩌렁쩌렁한 투쟁 구호가 화성사업장 앞 도로를 뒤덮었다.

사용자 측의 방해와 회유를 뚫고 한자리에 모인 노동자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감격했다. 오랫동안 노조를 불온하게 여겨 온 삼성에서, 노동자들이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는 자긍심이 흠뻑 느껴졌다.

삼성전자노조 파업 결의대회 1967년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노조 파업 결의대회에서 노동자들이 노조 깃발과 파업 깃발에 환호하고 있다

파업 돌입 전부터 파업 참가자 수가 얼마 안 될 것이라는 둥, 파업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는 둥 파업의 김을 빼려던 친사용자 언론들의 시도 또한 통쾌하게 실패했다.

노조는 파업에 6540명이 참가했고 특히 생산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설비·제조·개발 공정에서 일하는 5211명이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반도체 생산 라인이 있는 기흥, 화성, 평택 사업장 소속 파업 노동자도 4477명에 이른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7월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지난주 파업 선언 이후에는 노조 가입도 급속히 늘어(신규 가입자 약 2000명) 3만 명을 돌파했다. 이 소식이 화면에 나타나자 커다란 함성이 쏟아졌다.

집회 사회자인 이현국 삼성전자노조 부위원장의 선창에 따라 참가자들은 두 손을 높이 흔들며 연호했다. “우리가 자랑스럽다! 동지야, 반갑다!”

같은 삼성그룹 계열사 노조들(민주노총 금속노조 충남지부 삼성SDI지회, 금속노조 울산지부 삼성SDI 울산지회, 금속노조 서울지부 삼성전자판매지회)을 비롯해, 최순영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위원장, 반도체노동자건겅과인권지킴이(반올림)도 집회에 참가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7월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손우목 삼성전자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투쟁의 정당성을 알렸다.

“사측은 지난 10년 내내 위기라는 명분을 내세워 직원들의 복지를 축소하고 정당한 임금 인상을 외면해 왔습니다. [그러나] 영업이익이 40조 원에 달합니다. 경영진과 임원들은 고액의 성과급을 누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요구는 무리한 요구가 아닙니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은 친사용자 언론들이 말하는 ‘고임금 귀족 노동자’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천안사업장에서 일하는 박준우 조합원은 본지에 이렇게 말했다.

“저는 반도체 설비 직군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하는 환경이 너무나 열악해요. 특히 인력이 부족해서 한 명이 네 명 몫을 하고 있습니다. 사무실도 부족해서 한 자리를 두세 명씩 쓰고 있고요.

“제가 삼성전자를 11년 다녔거든요. 근데 연봉을 5000만 원 조금 넘게 받고 있어요. 임금[기본급] 인상률은 제가 알기로 3퍼센트가 최대치였고요. 저는 연봉 협상이라는 걸 사실상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통보한 대로 받았어요.

“투자는 줄기차게 해 놓고 [그게 잘 안 되니] 이제 와서 직원들에게 책임지라는 식으로 얘기하면 저희는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1월에 입사한 박준하 조합원이 현장 발언에 나섰다. 참가자들은 우렁찬 함성과 따뜻한 박수로 맞이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7월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조승진

“처음에는 ‘이제 신입사원인데 파업에 참여해서 불이익을 받으면 어떡하지?’ 고민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부정의한 일과 대우를 없애려고 노조가 생기고 파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꼭 참여해서 아직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분들과 다른 신입사원들에게, 저 같은 신입사원이 이 자리에 나올 정도로 정말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리면서 용기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투쟁!”

회사는 당일 오후 3시 30분에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파업 집회를 생중계하는 노조 유튜브 채팅창에는 라인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지 않다는 현장 제보가 속속 올라왔다. “15라인 사고 발생,” “파운드리 클린 라인 멈췄어요,” “연구소 계측 랏 다 섰습니다!(다음 공정으로 넘어가지 못한다는 의미)” 참가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사회자가 “우리 파업이 효과 없다고 말한 언론사! 앞으로 나오세요” 하고 꼬집자 노동자들은 박수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현국 노조 부위원장은 “아무리 공정 자동화를 해도 현장의 설비 유지·관리 인력이 필요하다”며 “반도체 공정은 특정 지점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기 때문에 차질이 없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용자 측은 이번 파업에 대비해 대체 근무를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친사용자 언론들조차 파업이 장기화되면 생산 차질을 피할 수 없다며 벌써부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박준하 조합원은 본지에 파업에 임하는 소감을 이렇게 덧붙였다.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몇 십 년 이어 왔잖아요. 삼성 역사에서 노조가 생겨서 직원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게 가장 뜻깊은 것 같습니다.

“사측에 경각심을 일으키려면 [회사가] 손해를 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생산]라인에 들어가시는 분들이 많이 참여해서 공장 가동을 거의 지연시키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7월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열린 파업 결의대회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깃발과 파업 깃발이 입장하고 있다 ⓒ조승진

박준우 조합원도 “제가 봤을 때는 사측에서는 대화할 용의가 없는 것 같아요. 이번 3일간 파업으로 안 되면, ‘같이 죽자’는 그런 절박한 심정으로 싸울 겁니다” 하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사용자 측을 물러서게 하려면 파업을 이어 나가야 하고, 사용자 측이 파업에 대비할 여유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업 전날 노조가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소통 시간에 이런 의견들이 꽤 제기됐다.

“재파업 주기 줄여 주세요. 동력 받아서 몰아쳐야 합니다.”

[사용자 측이 이번 주] 목요일에 복귀하는 걸로 알고 있다가, 기습적으로 목요일도 파업[을] 지속해야 효과가 있을 듯.”

“평일 파업은 다른 부서원이 대체 가능해도 주말 교대 파업은 대체 부서원이 없어서 추가 차출하여 특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더욱 효과가 좋을 것 같습니다.”

노조 집행부는 사흘간 파업에도 사용자 측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후속 파업을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여러 조합원들의 지적처럼 오늘의 파업 기세를 계속 이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7월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7월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7월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7월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열린 파업 결의대회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퍼포먼스로 정현호 부회장 사진을 찢고 있다 ⓒ조승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7월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7월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조승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7월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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