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조기 총선 1차 투표 결과에 대응해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또, 투표 결과는 위기 시기에 어떻게 파시스트가 득세할 수 있는지를 전 세계에 보여 준 엄중한 경고이다.
개표가 거의 끝난 7월 1일 현재, 파시스트 정당인 국민연합(RN)이 33퍼센트, 좌파 선거연합인 신인민전선이 29퍼센트를 득표했다. 신자유주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의 선거연합은 고작 20퍼센트를 득표하는 굴욕을 맛봤다.
프랑스 총선 방식
7월 7일 결선 투표가 치러질 것이다. 1차 투표에서 당선자가 가려지려면 등록 유권자 중 최소 25퍼센트가 투표하고 한 후보가 그중 과반을 득표해야 한다. 그런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니 당선자 577명 중 압도 다수가 결선 투표에서 가려질 것이다.
1차 투표에서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등록 유권자 수의 12.5퍼센트보다 더 많이 득표한 후보들을 결선 투표에 올린다.
결선 투표의 승자는 다른 조건 없이 득표수로만 가려진다.
이 득표율이 그대로 의석 분포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의석수는 7월 7일 일요일에 열릴 결선 투표에 달려 있다.
그러나 결선 투표에서도 같은 결과가 되풀이되면 국민연합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가 총리가 될 수 있다.
이는 전체 노동계급에게 심각한 위협이다. 중도우파인 공화당과 중도좌파인 사회당, 이 두 주류 정당이 여러 해 동안 인종차별과 무슬림 혐오를 부추기고 이윤을 위해 노동계급을 쥐어짠 결과다.
국민연합의 선거 승리를 목전에 두고도 마크롱과 그의 동맹자들은 파시스트가 아니라 좌파인 장뤼크 멜랑숑의 정당 ‘불복하는 프랑스’를 공격하면서 지난 2주를 보냈다. 1차 투표 결과가 나온 뒤 마크롱 정부의 총리였던 에두아르 필리프는 신인민전선의 가장 우파적인 일부만을 결선 투표에서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마크롱의 선거연합은 자신이 3위를 한 선거구에서 대부분 후보를 사퇴시켜 다른 후보가 국민연합을 패배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불복하는 프랑스’에게는 선거구를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마크롱의 선거연합은 ‘불복하는 프랑스’가 “의회, 보편주의, 유대인 혐오에 대한 공화주의의 가치와 양립할 수 없다”고 뻔뻔스럽게 비난했다. 이들은 ‘불복하는 프랑스’를 파시스트와 동급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허비할 시간이 없다. 6월 30일 밤 수많은 사람들이 파리의 거리로 나와 파시즘 반대 시위를 벌인 것은 매우 훌륭한 일이다. 스트라스부르·리옹·낭트·릴에서도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더 많은 시위와 파업, 도로 점거가 필요하다.
국민연합은 거의 1200만 표를 득표했다. 사람들이 국민연합을 찍는 것을 두고, 그저 사회적 고통과 다른 정치 세력들이 좋은 정책을 내놓지 못한 것에 대한 그릇된 반응으로 보는 것은 상황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그것은 부분적 진실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파시스트들은 사람들이 느끼는 분노와 공허함을 이용해 자신들의 인종차별적, 이슬람 혐오적, 유대인 혐오적 목표를 포장한다.
바르델라가 차기 총리가 된다고 해서 곧장 프랑스가 히틀러가 집권한 1933년 독일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바르델라에게는 좌파·노동조합·민주주의를 파괴할 거리의 군대나 힘이 없다.
그러나 바르델라가 총리가 되면 상황은 질적으로 변할 것이다. 350만 명에 이르는 이중국적자를 핍박하고 이등 시민 취급하는 법들이 제정될 것이다. 무슬림과 파업 노동자, 시위대, 유색인종 청년, 인종차별 반대 운동가들을 훨씬 가혹하게 탄압할 재량이 경찰에게 주어질 것이다.
‘프랑스는 프랑스인을 위한 것’ 따위의 국수주의 광풍이 몰아칠 것이다. 가장 ‘충성스런’ 무슬림을 제외한 모든 무슬림이 범죄자 취급을 당할 것이다.
국민연합은 경찰 고위층이나 지역의 보건·교육 당국, 지역 의회로 자기 사람들을 진출시킬 것이다.
이미 리옹·몽펠리에·파리에서 폭력을 휘두른 바 있는 파시스트 깡패들은 사회 상층부가 자신들을 지지해 준다는 새로운 자신감을 얻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성장할 것이다.
이것이 피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동원할 수 있는 막대한 자원이 있다. 6월 15~16일 주말에 국민연합에 맞서 약 80만 명이 거리 시위를 벌였다.
이 사람들을 동원하고, 국민연합의 이번 득표에 경악한 그 밖의 수많은 사람들을 동원하는 것이 사활적이다.
국민연합에 맞서는 투쟁은 국민연합의 친기업 정책만이 아니라 인종차별에도 맞서야 한다.
프랑스의 가장 투쟁적인 노조 연맹인 노동총동맹(CGT)은 이번 주에 옳게도 이렇게 지적했다. “국민연합은 최저임금 인상, 집세 동결, 금융 소득 과세에 반대 투표했다. 국민연합은 노동자가 아닌 기업주의 편이다. 국민연합의 복지 공약은 눈 녹듯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CGT는 인종차별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1000단어에 가까운 그 성명서에서 인종차별 문제는 종속절에서 한 번 언급될 뿐이다.
이민자·무슬림·난민에 관한 거짓말을 분쇄하지 않는 것은 국민연합의 주무기를 내버려 두는 것이다.
프랑스의 혁명적 사회주의 단체 ‘계급 독립성(A2C)‘은 이렇게 호소했다. “우리가 생활하는 지역, 학교, 일터의 모든 곳에서 파시즘에 반대하는 거점을 구축하자. 파시스트들의 집회에 맞불을 놓아 시위를 열고 그들의 운동에 맞서는 운동을 벌이자.
“인종차별 반대를 반파시즘 투쟁의 핵심으로 삼자.”
‘계급 독립성’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과 인종차별 반대 운동, 여성의 권리와 기후 변화를 둘러싼 운동, 트랜스젠더 혐오에 맞선 운동을 중심에 놓아야 하며, 신인민전선을 중심으로 단결하라는 압력에 밀려 이 운동들을 미뤄 둬서는 안 된다고 촉구한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결선 투표에서 신인민전선을 찍을 것이다. 신인민전선은 멜랑숑의 정당인 ‘불복하는 프랑스’와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사회당, 공산당, 녹색당 등이 모인 선거연합이다.
‘불복하는 프랑스’의 한 활동가는 〈소셜리스트 워커〉에 이렇게 전했다. “결선 투표를 앞두고, 1차 투표 때 기권한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동원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합니다. 저는 국민연합을 증오하지만, 신인민전선의 많은 득표는 실질적 성과입니다.”
멜랑숑은 이제 프랑스가 신인민전선의 과반 의석 획득이냐 아니면 재앙과 분열을 낳을 국민연합의 승리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인민전선에도 약점이 있다. 신인민전선에는 사회당 소속 전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처럼 인종차별과 무슬림 혐오를 정당화하고 노동계급을 공격해 국민연합의 부상을 가능케 해 준 자들이 포함돼 있다.
올랑드는 2012~2017년 대통령 임기 중 2년 동안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경찰에게 가혹한 탄압을 휘두를 권한을 부여했다. 2016년 올랑드는 노동자들의 권리와 노동조합의 권리를 공격하는 중대 법안을 대통령 권한으로 통과시켰다. 대규모 파업과 시위가 일어났지만 올랑드는 물러서지 않았다.
2017년에 올랑드는 경찰의 살인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카즈뇌브법을 지지했다. 2014년에는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탄압했다.
그런 자들을 중심으로 국민연합에 맞선 대안을 건설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럼에도 신인민전선은 그런 자들과 타협하고 있다.
7월 7일 일요일 결선 투표 결과가 어떻게 되든 격동이 일어날 것이다. 바르델라가 총리가 될 수도 있다. 혹은 어느 당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해 마크롱이 테크노크라트를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유럽중앙은행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가 물망에 올라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 그러나 뻔뻔하게 민주주의를 무시하고 긴축을 시행하는 것은 파시스트들을 더 키울 뿐이다.
마크롱이 긴급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예외적 권한”을 부여하는 헌법 16조를 발동할지도 모른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마크롱이 의회 없이 프랑스를 통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회 상층부에서 어떤 책략을 펴든, 파시스트들의 전진을 막고 그들을 찌그러뜨리는 데에 결정적인 것은 기층에서의 동원이다.
지난 토요일 독일 에센에서 극우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당대회장 앞에서 7만 명 규모의 맞불 시위가 열린 것은 반격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좋은 징조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내년 1월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회담을 한다고 상상해 보라. 우리는 미국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와 프랑스 총리가 된 조르당 바르델라,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총리 조르자 멜로니, 아르헨티나 극우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 그 밖에 그들처럼 시궁창에서 기어나온 자들이 한데 모이는 광경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대응이 시급하다. 구체적인 인종차별 반대 선동과, 기업주와 자본주의를 향한 조직 노동자들의 분노를 조직할 사회주의적 대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