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3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행동: 2000여 명의 시위대가 투지와 연대의 희망을 보여 주다

6월 23일 오후 서울 영풍문고 본점 앞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행동의 날 집회에 전국에서 모인 2000여 명의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6월 23일 일요일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주최한 전국 집중 행동의 날이 열렸다.

2000여 명이 참가해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이날 집회에는 종교, 민족, 인종, 언어를 불문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현장 영상 보기)

그런 다양한 참가자들을 위해 이날 집회에는 한국어·영어·아랍어·벵골어·인도네시아어 다섯 언어의 통역이 제공됐다.

집회 사회를 맡은 팔레스타인인 나리만 씨는 연단에서 자랑스럽게 외쳤다. “오늘 이곳에는 서울뿐 아니라 부산, 울산, 대구, 인천, 수원, 원주, 춘천, 연천, 파주, 안산에서 오신 여러분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온 지역이 언급될 때마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팔레스타인 깃발과 손팻말을 흔들었고, 나머지 참가자들은 환영의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이날 집회가 실로 전국 각지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결집한 자리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간 대학교 캠퍼스에서 텐트 농성과 캠페인으로 연대 확산을 위해 노력한 미국인 유학생 제이다 씨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 집회는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결실을 맺은 정점입니다. 이렇게 기념비적인 일에 함께했다는 것이 정말 기쁩니다.”

6월 23일 오후 서울 영풍문고 본점 앞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행동의 날 집회 사전행사가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조승진

집회가 시작하기 전부터 집회 장소는 여러 가지 부스 행사와 일찌감치 온 참가자 수백 명으로 북적댔다.

다양한 손팻말과 집회 물품, 팔레스타인 깃발 모양의 부채, 스티커와 배지를 나눠 준 메인 부스에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길을 지나는 여러 시민들이 이 부스에 들러 모금하거나 응원의 말을 전하고 가기도 했다. 공식 후원 굿즈인 팔레스타인 연대 티셔츠도 인기 만점이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디자이너들’의 예술 작품 부스, 페이스 페인팅 부스, 비즈 공예품과 손팻말을 직접 만드는 부스, 이주노동자 참가자를 위한 무료 노무 상담 부스 등 다채로운 연대 활동이 펼쳐졌다.

나눔문화 설립자인 박노해 시인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연대 시 두 편 ‘나 거기 서 있다’와 ‘꽃을 던진다‘도 전시됐다. 이번 집회에는 예수살기 최헌국 목사와 오수연 소설가도 연대 메시지를 보내 줬고, 오수연 소설가는 집회에 직접 참가하기도 했다.

6월 23일 오후 서울 영풍문고 본점 앞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행동의 날 집회에 전국에서 모인 2000여 명의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6월 23일 오후 서울 영풍문고 본점 앞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행동의 날 집회에서 판매된 팔레스타인 연대 티셔츠 ⓒ조승진

대학생들은 캠퍼스에서 모은 지지 메시지가 가득 붙은 일곱 개의 커다란 판을 세웠고, 어떤 외국인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의 학살로 희생된 팔레스타인인들을 기억하는 사진들을 전시했다.

길 한편에서 무슬림 참가자들이 메카 방향을 향해 기도를 하자, 그 기도가 방해받지 않도록 터번을 두른 시크교인들이 주변을 지켜 줬다.

“정말이지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참가했어요. 거의 하나의 세계 같아요.”(일본인 참가자 엔도 씨)

가자지구 출신 팔레스타인인 살레흐 씨도 벅찬 감정을 이렇게 전했다. “어찌 감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파괴와 좌절 속에서 희망을 심어 줘서 감사합니다. 특별히 조직자들과 활동가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6월 23일 오후 서울 영풍문고 본점 앞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행동의 날 집회에서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나심 씨가 발언하고 있다 ⓒ조승진
6월 23일 오후 서울 영풍문고 본점 앞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행동의 날 집회에서 연단의 발언이 한국어·영어·아랍어·벵골어·인도네시아어로 통역되고 있다 ⓒ조승진

집회 연단에 오른 발언자들은 벅찬 감사와 자랑스러움을 표현하며 투쟁과 연대의 중요성을 외쳤다.

팔레스타인인 나심 씨는 이스라엘을 강력히 규탄하며 지속적인 연대와 저항을 호소했다.

“시온주의자들과 그 지지자들은 이 시대의 모든 기술을 학살과 파괴를 위해 가져다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맞서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미국과 세계 여러 나라를 거쳐 이곳 한국에까지 이르러 있습니다. 한국에서 지난 10월 100여 명의 시위로 시작된 이 운동은 시위, 강연, 토론회, 대학 농성 등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아랍 정부들과, 이른바 국제 인권 단체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을 거듭 배신[했지만] …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의를 지지하고 불의를 거부하는 여러분이 가자지구 주민들의 희망입니다.

“이스라엘의 야만적 침략을 끝내고 해방을 쟁취할 때까지 멈추지 맙시다. 곳곳에서 인티파다(항쟁)를 일으킵시다!”

6월 23일 오후 서울 영풍문고 본점 앞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행동의 날 집회에서 가자지구 출신의 마리암 씨가 발언하고 있다 ⓒ조승진

가자지구 출신 팔레스타인인이자 울산에서 활동해 온 마리암 씨가 마이크를 잡자 큰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팔레스타인에서 목숨을 잃은 3만 6000명의 영혼은 결코 스러지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구호 속에, 외침 속에 살아 있습니다. 우리가 팔레스타인 해방을 쟁취한다면 그들의 영혼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입니다.

“여러분 같은 사람들 덕분에 오늘날 우리 팔레스타인인들이 다른 어느 때보다도 실질적 변화를 이뤄 낼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앞으로 더 힘을 내고 투쟁합시다. 마치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을 불러오는 것처럼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 냅시다.”

6월 23일 오후 서울 영풍문고 본점 앞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행동의 날 집회에서 서울대학교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수박’의 이시헌 씨가 발언하고 있다 ⓒ조승진

6주 동안 학내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텐트 농성을 한 서울대학교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수박’의 이시헌 씨도 발언했다.

이시헌 씨는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이스라엘과 그 동맹들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분열했습니다. 이스라엘이 결코 철옹성이 아님을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지와 세계적 연대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시헌 씨는 미국의 위선적인 휴전 제안도 규탄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8개월 동안 세 차례나 휴전안을 부결시켰습니다.

“바이든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생명과 고통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무장 해제시켜 중동 지역에서 자신의 통제력을 굳히는 데나 관심 있을 뿐입니다.

“이곳에 모인 우리가 팔레스타인인들과 함께 불의와 학살에 맞서 전진해야 합니다.”

6월 23일 오후 서울 영풍문고 본점 앞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행동의 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조승진

“우리 모두 팔레스타인인이다!”

집회가 끝나고 사회자가 거리 행진을 호소하자 참가자들이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박차고 일어섰다. 1500여 명으로 불어난 대열 선두에서는 17명의 ‘촛불 풍물단’이, 대열 곳곳에서는 북을 치는 이집트인들이 행진의 열기를 돋웠다.

“We are all Palestinians(우리 모두 팔레스타인인이다)!” “Israel, terrorist(이스라엘이 테러리스트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을 지날 때는 구호 소리가 특히 커져서 청계천을 쩌렁쩌렁 울렸다. 휴일에 도심으로 나들이 나온 행인들과 관광 나온 외국인들이 환호하며 대열에 속속 합류했다.

인사동길에서 행진 대열을 우연히 만난 한 아랍에미리트 여성 관광객은 연신 눈물을 흘리며 본지 취재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나라에서는 부끄럽게도 팔레스타인 연대의 목소리를 낼 수 없어요. 이렇게 한국 사람들이 행진하는 것을 보니 반갑고 눈물이 많이 납니다.”

6월 23일 오후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행동의 날 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힘찬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심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6월 23일 오후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행동의 날 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힘찬 구호를 외치며 서울 인사동길을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대열이 종로를 지나 인사동길로 들어가는 동안 ‘팔봉이’(자원봉사자)들은 행인들에게 리플릿을 반포하고 손팻말을 건네었다. 행진 대열을 배경 삼아 ‘인증샷’을 찍던 관광객들과 한국인 행인들이 그런 따뜻한 호소에 행진에 합류하기 부지기수였다.

인사동길에서 200미터 넘게 길어진 대열은 그 길을 빠져나올 때 2000여 명으로 불어 있었다.

행진 대열은 미국 대사관 앞을 지나며 “Joe Biden, terrorist(조 바이든이 테러리스트다)!”를 우렁차게 외쳤고, 광화문사거리를 거쳐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으로 돌아왔다.

행진 마무리 지점에서 대열은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마이크를 잡은 나리만 씨는 “바로 여러분이 팔레스타인에 있는 제 가족, 친지, 동포들의 희망”이라고 했다.

“우리는 8개월 넘게 이 연대 운동을 함께 건설했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비극적인 가자지구 학살이 멈출 때까지 우리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다음 주에도 우리의 연대는 계속됩니다. 서울에서는 토요일(6월 29일) 오후 2시에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집회가 열립니다. 일요일(30일)에는 울산에서, 그다음 주 일요일에는 부산·인천·수원·원주에서 집회가 열립니다.

“주변 친구들에게 널리 알려 주시고, 함께 이 집회들에 참가해 주세요!”

이날의 집회와 행진은 지난 8개월간 기층에서 건설돼 온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팔레스타인인들의 호소처럼, 전국 각지에서 연대를 더 힘차게 건설하자.

시위대가 말한다

그간 연대 확대에 열성을 다하고 이날 집회를 끝으로 고국으로 돌아가는 미국인 유학생 제이다 씨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제가 한국에 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 제 고향에서 벌어지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으로 가져갈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열정적인 동지들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재한 필리핀인 공동체 카사마코 조직자이자 목사인 에드윈 씨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이런 집회가 열릴 수 있는 데에 감사합니다. 한국에도 인종 학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음을 전 세계가 알게 될 것입니다.”

춘천에서 서울로 올라와 집회에 참가한 압둘라 지즈 씨는 “SNS에서 영상으로만 보던 외국의 행진 같은 모습을 한국에서 볼 수 있었다”며 “또 이런 집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벅찬 감정을 전했다.

1980년대 반독재 운동 때부터 시위에 참가해 온 박제현 강원민주재단 홍보위원장도 감동적인 소감을 전했다. “저는 지난 40여 년 동안 광화문에서 수많은 투쟁을 경험했던 세대입니다.

“그 광화문에 팔레스타인의 깃발이 휘날리는 것을 보고 정말 가슴이 벅찼습니다.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위해 함께하는 젊은이들과 그 길을 걸었다는 것을 두고두고 잊지 않겠습니다.”

이날 처음으로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도 많았다. 한 방글라데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이 시작된 이래로 인터넷에서 줄곧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해 왔는데, 오늘 이렇게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해 함께 행진해서 정말이지 가슴이 벅찼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행동에 계속 참가할 수 있으면 좋겠고, 우리 모두가 함께 팔레스타인 해방을 이뤄 내면 좋겠습니다.”

울산의 한 대학교에서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파키스탄계 샤히드 아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시위에 처음 참가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참가해서 정말 기뻤습니다. 나이와 종교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가자지구의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해 인류애를 발휘해 주셔서 정말 벅찼습니다.

“이를 계속 이어 가야 합니다. 인종 학살이 멈출 때까지 우리 모두 이 운동에 계속 참가합시다.”

6월 23일 오후 서울 영풍문고 본점 앞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행동의 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직접 팻말을 만들고 있다 ⓒ조승진
6월 23일 오후 서울 영풍문고 본점 앞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행동의 날 집회에 사망한 팔레스타인인 아이들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놓여 있다 ⓒ조승진
6월 23일 오후 서울 영풍문고 본점 앞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행동의 날 집회에서 팔레스타인인 나리만 씨가 사회를 보고 있다 ⓒ조승진
6월 23일 오후 서울 영풍문고 본점 앞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행동의 날 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6월 23일 오후 서울 영풍문고 본점 앞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행동의 날 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6월 23일 오후 서울 영풍문고 본점 앞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행동의 날 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6월 23일 오후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행동의 날 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힘찬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심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6월 23일 오후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행동의 날 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힘찬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심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6월 23일 오후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행동의 날 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힘찬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심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6월 23일 오후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행동의 날 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힘찬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심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6월 23일 오후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행동의 날 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힘찬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심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6월 23일 오후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행동의 날 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힘찬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심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6월 23일 오후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행동의 날 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힘찬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심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6월 23일 오후 팔레스타인 연대 전국 집중 행동의 날 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힘찬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심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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